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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V Hub 칼럼] 안마사를 할 수 있지만, 그게 꿈이 될 수는 없잖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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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3.12 16:02:03 268 읽음


글 : 라이프에디트 협동조합 기획운영팀장 조혜연

출처 :  사회적가치연구원 통합플랫폼 SV Hub



시각장애인은 어떻게 구직활동을 할까요? 일자리를 찾는 데는 3가지 요소 ‘정보·교육·일자리’가 필요합니다. 비장애인의 경우 업무에 필요한 정보나 교육을 스스로 찾고 관련된 경험을 할 수 있으며, 그 경험을 바탕으로 적절한 일자리도 구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시각장애인은 정보-교육-적절한 일자리가 대부분 ‘안마업’으로 한정되어 있습니다. 다른 직종에서 일하고 싶어서 정보를 알아보아도 적절한 일자리가 없어 다시 안마사로 돌아오는 시각장애인도 있습니다. 다른 분야에서 교육을 받아도 결국 다른 일자리가 없어서 안마사로 돌아오기도 합니다. 너무 극단적인 이야기 같나요? 1913년부터 현재까지 29만 명의 시각장애인 중 직업을 가진 이들은 30~40%에 불과하며, 이 중 대다수의 시각장애인이 실제로 안마사로 일하고 있습니다. 



암전뮤지컬, 우리의 시작

라이프에디트는 처음부터 거창하게 “시각장애인의 직업 영역을 확장해보겠다”는 소셜미션으로 시작한 것은 아니었습니다. 다만 그들이 가진 문제에 공감하고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을 시작해 보기로 했습니다. 라이프에디트의 첫 사업은 시각장애인과 비장애인이 함께 하는 암전뮤지컬이었습니다. “시각장애인이 뮤지컬을 볼 수 없다면, 배우로 활동할 수 없다면 모두 같은 조건으로 불을 끄면 어떨까?”라는 생각에서 시작한 암전뮤지컬은 깜깜한 어둠 속에서 소리에 집중하며 듣는 공연입니다. 60분 동안 어둠 속에서 공연을 감상하다 보면 어느새 관객은 자신이 상상하는 공연의 세계관으로 빠져들게 되죠. 2019년 시작한 암전뮤지컬은 시각장애인 배우와 비장애인 배우가 함께, 지금도 전국에서 공연하고 있으며 현재까지 30회 이상 공연, 2천 명 이상의 관객을 만나고 있습니다.




그들이 가진 목소리의 가치

암전뮤지컬을 하면서 그들이 가진 목소리의 가치를 더 확산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래서 꼭 배우가 아니더라도 시각장애인이라면 누구든 교육을 통해 자신의 목소리를 다듬어서 오디오 콘텐츠를 만들어 보는 프로젝트를 시작했습니다. 그렇게 1년간, 시각장애인과 함께 자신의 목소리를 필사해 보는 팟캐스트가 무려 100개가 넘게 쌓였습니다. 사람들 각자가 가진 스토리를 오디오로 만들어 나누면서 참여자에게도 새로운 경험과 가능성을 제공했습니다. 라이프에디트는 시각장애인과 함께 오디오 콘텐츠를 만든 경험으로 여행지의 오디오 해설이나 전시의 오디오 해설, 그리고 시각장애인을 위한 접근성 해설까지 사업을 확장하고 있습니다.


라이프에디트 사업에 참여하는 시각장애인 중 대다수의 시각장애인이 이미 안마사로 일하고 있는 경우가 많이 있습니다. 그 중 시각장애인 K님은 2019년 첫 공연부터 라이프에디트와 지속적으로 암전뮤지컬 무대에 오르시는 분인데요, 첫 공연을 마치고 “어둠 속에서 하는 공연이지만 빛나는 태양같아요”라는 소감을 전해주셨습니다. 시각장애인이 누군가의 도움을 받지 않고 온전히 무대에 설 수 있는 기회는 그들에게 새로운 직업 영역을 꿈꿀 수 있는 시간이 되었습니다. 




라이프에디트다움, 스토리로 만드는 세상

우리는 참 많은 경험을 하며 살아갑니다. 이러한 경험들은 쌓이고 쌓여서 나의 길을 만들어 주는 역할을 합니다. 라이프에디트는 사람들과 더 많은 경험의 기회를 나누고 싶습니다. 비단 시각장애인뿐만 아니라 자신만의 장벽에 가로막혀 도전하지 못하는 사람들에게 경험의 기회를 만들어 주고 그들의 스토리를 세상에 나누고 싶습니다. 각각의 이야기를 통해 도전하는 것에 어려움을 가진 사람들이 나아갈 수 있는 또 하나의 길을 만들 수 있기를 바랍니다.